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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국제스포츠기구, 대항마는 언론
경상투데이 기자 / lsh9700@naver.com입력 : 2020년 02월 13일(목) 18:13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경상투데이
 필자는 회사법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지만 독일 뮌헨대학에서 공부할 때 전공 분야는 국제법이었다. 지도교수는 훗날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사(2003~2012)를 지내고 1984년 이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판관이었던 브루노 짐마 교수였다. 짐마 교수는 뮌헨대학에서 국제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1986년에 그 연구소 조교로 임명되면서 국제스포츠법 분야를 담당했다.

 국제스포츠법은 당시 서독에서 전혀 새로운 분야였다. '무소불위'에 투명성이 결여된 국제스포츠기구들과 '약자'인 운동선수, 각국 스포츠단체 사이의 분쟁 해결을 연구하기 위해 새로 출범했던 분야다. 그때 유럽에서는 스위스 육상선수 산드라 가써가 도핑혐의로 국제육상연맹의 출전금지처분을 받고 베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국제육상연맹이 판결을 무시해 논란이 일고 있었다. 

 IOC와 FIFA를 필두로 하는 국제스포츠 단체들이 권한 남용과 부정부패를 야기한 역사는 오래다. 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발생한 대형 스캔들이 그를 상징한다. 문제는 이 단체들의 특수한 위치와 정치적 파워 때문에 이들을 견제할 외부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100명 남짓한 인원이 일하는 FIFA의 연수입은 5조 원을 넘고 회장은 211개 회원국에서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다.

 개인 비리에는 국제형법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본국과 비리가 발생한 국가의 사법권이 행사되지만 증거 조사 등에 실무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국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가써 사건에서처럼 국제기구 자체가 한 나라의 판결을 그냥 무시해 버리면 별 대책이 없다.

 외부 견제가 없는 경우 내부 개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내부 개혁은 언제나 기득권의 반발을 넘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17년 동안 FIFA (4선)부회장으로 활동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할 정도로 국제스포츠계와 외교가에서 입지가 탄탄했던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이 FIFA 내부 개혁을 시도하다가 심각한 보복을 당한 사례가 있다.

 FIFA 윤리위원회는 2015년에 정 이사장에 대해 축구계에서 손발을 다 묶어버리는 내용의 6년 자격정지 제재를 결정했다. '반부패'를 핵심으로 내부 개혁을 추진하려는 정 이사장의 FIFA 회장 출마에 대한 블래터 회장의 견제였다. 억지로 씌웠던 혐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조사 비협조'로 다시 시비하는 식의 치졸한 방식이 동원됐다.

 정 이사장은 CAS에 제소했고 CAS는 2018년에 FIFA의 제재가 명백하고 심각하게 부당했다는 최종 판정을 냈다. FIFA의 비협조로 쓸데없이 시간이 더 소요돼서 정 이사장은 장기간 명예실추의 고초를 겪었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가 "FIFA와 '윤리'라는 단어는 가장 모순되는 관계"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국제스포츠기구들의 권력에 대해서는 법률보다는 양식있는 언론이 더 효과적인 견제장치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 BBC 등의 보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고 스위스 경찰과 미국 FBI가 월드컵 중계권 판매 부정을 포착, FIFA 고위임원 14인을 체포하자 회장 5선에 성공했던 블래터는 2015년 6월에 사퇴했다.

 당시 UEFA 사무총장이었던 인판티노 현 FIFA 회장은 "FIFA가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블래터는 이제 정 이사장에게 가해졌던 6년 자격정지 제재를 똑같이 돌려받는 처지다. 제재가 끝나면 85세이니 불명예 은퇴다.

 필자의 브라질 학생 하나는 자기 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축구로 성공하고 싶어해서 범죄와 마약을 멀리한다고 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범죄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렇게 사회적 의미가 큰 축구를 관장하는 국제기구가 정작 자신은 비리와 반개혁적 행동으로 얼룩지는 일이 있다는 것은 역설이다.

 국제경기 오심 시비도 문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체조경기다. 심판의 오심이 발생했는데 피해자 양태영 선수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국제체조연맹이 오심 심판들에게 자격정지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IOC는 침묵했다. 어부지리 미국 선수는 자국 올림픽위원회를 등에 업고 그냥 버텼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은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만 기억할 뿐이다.

 도쿄올림픽이 다가오는데 지금의 한일관계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부당한 일이나 불이익을 받아서 법이나 CAS를 찾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 우리와 글로벌 언론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는 스포츠가 대변하는 규율과 인내, 협동과 희생 같은 가치를 선수들을 통해 사회에 전달하고 정치의식에 편입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법률 못지않게 선수 보호에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경상투데이 기자  lsh9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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