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솔잎내음, 붓 끝에 서리다 

 소산(小山) 박대성. 스스로 신라인(新羅人)이라 자처하며, 경주 남산과 함께 살아간 그가 올해로 화업(畵業) 50년을 맞이했다.

 경주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는 소산 박대성 화업 반세기를 기념하는 특별전 '솔거묵향(率居墨香) - 먹 향기와 더불어 살다'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일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개막식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국화가라는 명성에 맞게 300여 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소산 화백의 화업 50년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번 소산 박대성 특별전에 전시되는 작품은 모두 82점으로 근작 위주의 그림으로 수묵화가로서 묵향과 함께 한 50년 예술 인생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표작 '솔거의 노래'는 경주 남산 삼릉 옆 소산 화백의 화실에서 본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남산의 거대한 소나무 숲을 표현하고 있다.

　화가에게 있어 가장 그리기 어렵다는 소나무를 사실적 묘사와 대담한 구도, 먹의 농담과 속도감 있는 필력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소산 수묵정신의 결정체를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600년 된 노송을 그린 '제주곰솔'은 염원을 표현한 작품으로 마을의 당산 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이다. 수많은 솔잎을 하나하나 그리며 심혈을 기울인 신작이다.
　지난 개관기념전의 '불국설경'에 이어 선보이는 신작 '금강설경'은 금강의 풍모가 달리 보이도록 재해석한 작품이다. 풍경 가운데 설경은 단순해도 그리기 쉽지 않은 소재로, 쌓인 눈의 부분은 붓질을 하지 않는다. 붓질을 하지 않고 대상을 표현한다는 흥미롭고 독특한 특징을 가졌다.

↑↑ 박대성 화백作 '금강설경'

ⓒ 경상투데이

↑↑ 박대성 화백作 '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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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에도 경주의 여러 모습을 담은 경주이야기 연작, 금강산, 하롱베이, 카파도키아, 장가계 등 국내외 명승지, 추사, 장욱, 모택동 등의 서체를 본뜬 작품들을 위주로 한 서예작품,  금강산의 풍경을 재해석한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대담한 구성과 농묵의 강조, 섬세한 필치의 집중 조명, 여백 활용 등 소산 예술의 특징을 통해 소산 예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는 9월 30일까지 경주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 계속된다.

↑↑ 박대성 화백이 경주 최초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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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산은 "혼자서 그림 공부를 할 때는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도권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전통을 이으며 현대의 감각을 수용하기 위해 스스로 답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1966년 부산의 동아대학교에서 열린 국제미술대전에서 수묵산수화 한 점이 입선을 한 지가 꼭 50년 전이다. 당시 박 화백의 나이는 만 21세였다.

　1970년대 국선에 입선한 박 화백은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국전에서 8년 연속 입선했다. 서울대, 홍익대 등 유명대 출신 화가들이 독차지하던 국전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지방 출신의 국전 연속 입선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1979년에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호암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통해 80년대의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이후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박물관,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미술관, 베이징 중국미술관 등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단체전으로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광주시립미술관), 김생 탄신 1300주년 기념전(서울 예술의 전당),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국립현대미술관) 등 수백 회에 출품하며 우리나라 최고의한국화가로 인정받았다.
　

↑↑ 솔거미술관에서는 소산 박대성 화백 50년 기념전을 맞이해 개막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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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지역 예술발전을 위해 830점의 소중한 작품을 경북도와 경주시에 기증했다. 작품은 회화 435점, 글씨 182점, 작품 활동을 위해 소장하고 있던 먹, 벼루 등 213점이다. 그의 기증작을 기본 소장품으로 경주 최초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이 지난해 개관했다.

　소산 화백은 요즘 들어 더욱 창작 의욕이 넘친다고 말한다. 작품들이 워낙 커서 전시장을 찾기조차 힘들었는데, 승효상 건축가가 소산 화백 작품에 맞게 세로 7미터가 넘는 대작도 전시할 수 있게 설계한 솔거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림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그림 작업에 매진해 역작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하는 소산 화백.

　신달자 시인은 '묵향 반세기-박대성 화가와 함께'라는 책에서 "박 화백에게서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가진 게으른 성격을 찾아볼 수 없고, 뛰고 그리고 다시 뛰고 다시 그리는 열정은 대단한 경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젊은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노 화백의 다음 작품, 또 그 다음 작품에 더욱 큰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이다. 

　한편, 경주 솔거미술관은 지난해 8월 개관 이래 소산 박대성 기념작품전인 '불국설경', '붓끝 아래의 남산'전, 경주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 우리시대 솔거의 후예라 할 만한 작가들의 소나무 그림을 전시하는 '솔거를 깨우다 소나무 그림전' 등을 개최하며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희동 기자press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