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 속으로 `35국도&봉화 예던길`
안동의 도산서원에서 봉화를 거쳐 태백에 이르는 35번 국도는 세계적인 여행정보지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유일하게 별을 준 한국 최고의 길이다.
구불구불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가 운치 있게 이어져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단풍은 대부분 졌지만 바닥에 뒹구는 낙엽이 늦가을의 정취를 보여준다. 그중 35번 국도의 핵심은 봉화의 `낙동강 예던길`이다.
예던길의 `예던`이란 말은 요즘엔 쓰지 않는 말이지만 가던 또는 다니던 이라는 뜻의 예다에서 나온 말로 예던길은 `다니던 길`이라는 의미다. 퇴계 선생이 배움을 찾아 13세부터 숙부 이우를 찾아 지금의 청량사인 청량산 오산당까지 걸어 다녔던 길이라고 전해진다.
낙동강 시발점 공원에서 청량산 입구까지 약 10km 구간에 예던길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낙동강의 물줄기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로를 따라 청량산과 낙동강의 절경을 감상하며 가볍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예던길은 전설 및 설화 등 청량산 인물 이야기 길 4㎞, 건강 체험 테마인 건강의 길 3.5㎞, 낙동강 수변 생태 체험 및 생태탐방인 생태의 길 3.5㎞로 구성돼 있으며 낙동강 백용담 소(沼) 위를 신선이 노니는 다리라는 의미의 선유교(仙遊橋)가 탐방로를 연결하고 있다.
빼어난 풍광과 청정한 자연, 올곧은 선비 정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예던길은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한적한 장소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옛 선비의 유람길 따라 걷는 `선유교`
청량산 입구에서부터 낙동강을 거슬러 명호면사무소로 가는 방향에 길이 120m, 폭 2.5m의 봉화 선유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도변 낙동강 위 다리만 하나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리 위에서 보는 주변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낙동강 상류라고 하면 상주지역을 많이 떠올리지만 더 신비로운 낙동강의 절경은 봉화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얕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낙동강 상류의 또 다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선유교에 올라 주변 경치를 둘러보면 청량산의 풍경이 낙동강과 어우러지며 윤슬 일렁이는 옥빛 강물까지 더해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낙동강과 기암절벽은 마치 옛 선비들이 자주 그렸던 동양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된다.
#낙동강의 숨겨진 비경 `명호 이나리출렁다리`
35번 국도를 조금 더 올라가면 또 다른 출렁다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숨겨진 낙동강변의 또 하나의 비경인 명호 이나리출렁다리다.
지난 2019년 10월 30일 개통한 총연장 249m, 주탑높이 31.9m, 교폭 2m의 출렁다리로 시원한 강바람과 멋진 명호면의 풍광을 느끼며 걷기 딱 좋은 곳이다.
다리가 세워진 이나리강변은 낙동강과 운곡천이 만나 돌무더기가 쌓여 이뤄진 곳으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멱을 감고 고기를 잡던 곳이다. 나리란 내, 나루란 뜻으로 두 강(낙동강과 운곡천)이 만났다고 해서 `이나리`라 이름지어졌다.
청량산의 열두 봉우리를 휘감아 돌며 곳곳에서 기암절벽과 낙락장송의 비경을 뽐내고 있어 여름철이면 가족 단위 등 단체로 래프팅을 즐기러 많이 방문한다.
이나리강변을 쭉 따라가면 낙동강 시발점 테마공원이 나오는데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시작되는 지점을 상징화한 곳이다.
`낙동강 오리알`, `비상하는 청둥오리`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신비의 도로`를 지나 아찔한 뷰··· `범바위 전망대`
낙동강 시발점 테마공원을 지나 계속해서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신비의 도로를 마주할 수 있다.
신비의 도로라고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지만 봉화에도 일명 `도깨비 도로`라고도 불리며 착시현상을 주는 도로가 있다.
도깨비 도로는 약 80m 길이의 도로로 내리막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르막길이라 차를 중립에 놓고 세워두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해볼 수 있다.
신비의 도로를 체험하며 지나다 보면 `삼동재 호랑이상 경관 쉼터`라는 팻말이 보인다. 봉화에서 낙동강 줄기를 가장 잘 굽어볼 수 있는 곳, 바로 범바위 전망대다.
범바위 지명은 고종 때 선비 강영달이 선조 묘소를 바라보며 절을 하다 만난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전망대 옆 바위 위에는 호랑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이 만든 물돌이 모습과 그 중심으로 태극 문양을 하며 돌아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 맑은 하늘 아래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인 경치를 배경 삼아 인생샷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떠나가는 계절이 아쉽다면 봉화로 짧은 여행을 떠나 드라이브로 풍경을 즐기고 발길 멈추는 곳에서 기억에 남을 사진을 남겨보자.
김경태 기자tae666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