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특별한 전시가 2023년 새 문을 연 지금까지도 진한 여운을 남기며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천 박종갑 미술관에서 내고향 울산 태화강을 주제로 열린 유정 정윤숙 초대 개인전.  서양화가와 한국화가, 도자작가의 컬래버 전시는 지역 미술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지만 유정 정윤숙 작가의 손길에서 뻗어 나온 3가지 장르가 함께하는 전시는 마치 세사람이 창조한 듯하다가도 또 공통점도 엿보이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시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울산이 고향인 유정 정윤숙 작가는 국내 대학에서 회화(서양화,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뒤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의 도자를 배우면서 차를 배웠고 또 차의 역사와 문화를 섭렵한 뒤에는 다시 자사호와 흑유 도자의 세계를 넘나들며 중국의 방대한 예술세계를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거기에 정 작가만의 한국적 미의식을 더해 세상에 풀어놓았다.  정윤숙 작가를 이야기할 때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고향인 울산의 태화강, 둘째가 한국적 미의식, 셋째가 기운생동이다. ◆울산 태화강을 향한 애정어린 사명감  정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태화강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정 작가는 자연 속에 파묻혀 천진난만하게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태화강이 품은 다양한 생명력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어린 시절 동심을 담은 동화같은 색감으로 펼쳐지는 서양화부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단 있게 뻗어가는 붓끝으로 그려낸 동양화까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계절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온 태화강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다양함 속에서도 돋보이는 한국의 미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선보이는 정 작가의 모든 작품세계의 근간에 한국적 미의식이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작품은 서양화, 동양화, 도자 어느 것을 만나도 익숙한 우리를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자연, 한국의 선, 한국의 정서.  세상이 발전할수록 나라 간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기 마련이다. 더 빠른 이동 수단, 전 세계를 언제든지 엿볼 수 있는 통신의 발달 등으로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점점 더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 본연의 모습을 잊지 않고자 하는 이들이 다시 주목받는 세상이 됐다. 여기에 더해 정 작가는 한국적 미의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운생동(氣韻生動)  여기에 더해 서양화와 한국화를 전공하고 중국 유학을 거치면서 다양한 예술세계를 만나 형성된 독자적인 화법의 수묵 양식으로 표현된 그녀의 작품은 남종화풍의 농담 표현과 절제된 형상과 색의 표현으로 기운생동을 보여준다.  삶을 담은 듯, 살아있는 듯 마음이 머무르고 작가의 신념이 묻어나는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걷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박종갑 평론가는 "유정 정윤숙 작가는 폭 넓은 문화예술을 두루 섭렵하면서 내공을 쌓고 학문과 예술을 함께 녹여낸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활동을 해 다른 작가들과의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양화, 동양화, 도자작품 등 다양한 길을 걸으며 우리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고 또 즐겁게 뛰어놀게 하는 작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융복합의 시대, 유정 정윤숙 작가는 내 고향 태화강, 한국적 미의식, 기운생동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 장르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예술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황은솔 기자eunsol19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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