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다. 관건은 물가인데 내년 2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이 천천히 낮아질 것이라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망이 `인상 키(Key)`를 쥔 재정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다음달 말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짓는다.
전기요금은 매분기(3·6·9·12월)마다 발표하는데 한전이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 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하면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직전 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동결`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h(킬로와트시)당 45.3원(44.1%)의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말(202조4500억원)보다 4400억원가량 늘었다. 2021년∼2023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43조원의 누적 적자도 쌓인 상태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이자 비용으로 약 2조2000억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재정난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외치며 단계적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부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에 달한 후 올해 1월 2.8%까지 둔화했다. 이후 2월과 3월 3%대로 재반등했고 4월부터 3개월 연속 다시 2%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전월(2.4%)보다 0.2%p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치솟은 물가에도 실질임금은 제자리 수준을 거듭하며 서민가계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은 지난 2022년에 전년 대비 4.9%, 지난해엔 2.5%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년 연속 감소했다.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 낮아졌고 올해 1분기에는 -1.7%를 기록하며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이 같은 물가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물가가 천천히 낮아져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재정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일 열린 제2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 충격이 없다면 이달부터는 2% 초·중반대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도 지난달 2.6%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중에 2%대 초반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근원물가 하향 안정 흐름 지속,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6일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음달에는 2%선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는 인공지능(AI) 예측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인상 시점에 대해 4분기를 앞두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개월간 노력했다. "지금도 작업 중"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함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