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역대 최악의 지난 2018년 폭염을 소환하면서 9월까지 이어진 길고 지독한 열대야로 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그로 인해 옥외 건설현장, 주차장, 물류창고, 농촌 들판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리셀 공장 화재,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붕괴 사고, 호텔 화재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기온과 습도가 쾌적한 이 시기는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때야말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의 생활공간과 작업환경에서 숨어 있는 위험요인들을 점검해야 할 때이다.  가을은 독서뿐만 아니라 위험성평가를 하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에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독려했고 2013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사업장에서의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했다. 그 이후로도 10여년의 도입기를 거쳐 지난해에는 소규모 사업장이 더 쉽게 위험성평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간단한 체크리스트 방식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해 평가를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는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철강·자동차부품 업종이 집중된 포항과 경주지역을 포함하는 경북동부지역에서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전체 근로자의 55%를 차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수 1만 명당 사고사망자수 1.13%)은 50인 이상(0.24%)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경영자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간담회 때 만나 뵌 여러 대표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강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 예방이라는 목적에는 그분들도 분명히 동의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실행에 있어서 소규모 사업장은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성평가를 통해 사고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요구사항의 핵심인 위험성평가, 어렵지 않다. 위험성을 상·중·하로 판단하는 `위험성 수준 3단계 판단법`, 적정·보완으로 판단하는`체크리스트법`과 같은 간단한 방법부터 시작하면 된다.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시스템` 홈페이지(kras.kosha.or.kr)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다양한 자료와 교육과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던가. 자전거를 처음 출발할 때는 어렵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아가기가 쉬워진다. 이번 가을, 집이나 일터에서 나와 가족, 동료들을 위한 안전점검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이번 주말에 우리집 소화기와 피난용품부터 점검해 봐야겠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 위험성평가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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