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노래 `테스 형!`에는 무려 2500여년을 거슬러 소크라테스가 소환된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이 노랫말처럼 우리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
그것은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고통 없는 삶일까요?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값으로 생각하는 데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생의 기본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혹은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하루 중 몇 번이라도 소소하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은 우리 삶의 목적일 수도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는 크기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행복을 너무 먼 데서 찾지 말고 우리 일상에서 매 순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크게 좋은 일이 있어야만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 인생은 `고`(苦)이다. 이 `고`가 현대 정신건강의학으로 말씀드리면 스트레스(stress)이다. 모든 게 다 고통 즉 `일체개고`(一切皆苦)이다.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다.
고통을 다룬 유명한 말들을 한번 볼까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모두 `고통 없는 세상`이야말로 불행한 인생임을 역설하고 있다.
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는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우리는 거대한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고 좋든 싫든 이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친절하게 고통을 마주하면 된다.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두 시간을 서 있으라"라고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두 시간을 서 있으면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해 그 일을 본인이 선택했다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큰 고통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화두이자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고통을 마주하고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지금 고통스러운가요?
인생의 기본값이 고통이기에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고통 속에서 때로 현재 이 순간 존재(being)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무엇이 되기(becoming) 위해 달릴 때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달리기에 몸을 맡길 때 찾아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인생의 기본값인 고통을 잊거나 즐길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다.
■ 사공정규 교수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35년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상담, 1000여회 이상의 정신인문치유학적 스토리텔링 즉문즉답(卽問卽答) 대화형 강연으로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와 함께 하는 뼈 때리는 마음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