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친한 친구를 봤다.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운 나머지 당신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도 분명 이쪽을 본 것 같은데 당신에게 화답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 일단 부끄러울테고 친구가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친구가 사고를 당해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만약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적어도 화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정신의학적으로는 중립 사건(neutral event)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사건에 일단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정신의학적으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왜 인간은 `부정성 편향`을 가질까? 원시시대 인류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밀림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그때 저 멀리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부류는 맹수가 다가오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미리 피신을 했다. 또 한 부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곳에서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두 부류 중 어떤 쪽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맹수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피신했던 쪽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피신하는 것은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다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맹수가 아니었다 해도 놀이를 더 못 했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생존한 자의 후예이다.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사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은 원시시대 직접적 위험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 내고자 한 생존 본능에 기인한 뇌(腦)의 방어기제이다. 인간의 뇌는 안전을 보장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변연계 특히 편도체가 일단 이를 위험 인자로 느끼게 해서 피하도록 해준다.  거친 자연환경을 마주하며 언제라도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던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일단 부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돼 왔고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에 집단 무의식으로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사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맹수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일 수도 있다. 많은 경우 크게 위험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현대에는 원시시대와 같이 맹수가 나타나서 목숨을 잃을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도 인생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진화하는 속도는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의 뇌는 여전히 `부정성 편향`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립 상황이나 애매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한다.  또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동시에 접하게 됐을 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내용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웃는 얼굴보다는 화난 얼굴, 타인의 선한 행동보다는 악한 행동,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 칭찬보다는 비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에 더 반응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에 아로새겨져 있는 `부정성 편향`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까?  먼저 부정적 사고와 감정들은 `부정성 편향`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부정적 사고와 감정은 병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또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성 편향`에서 자신, 타인, 세상,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이 `부정성 편향` 값을 제거하고 바라봐야 사실에 근접할 수 있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의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우울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해석해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울감과 불안감의 대부분은 우리가 두려워할 병리적인 것이 아니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또한 지나가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결코 우울감과 불안감이 당신의 정체성일 수 없다.  극심한 부정적 사건을 겪으면 그 영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올 것이라 흔히 생각하지만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더 많이 이룬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새로운 해석,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 사공정규 교수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35년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상담, 1000여회 이상의 정신인문치유학적 스토리텔링 즉문즉답(卽問卽答) 대화형 강연으로 수십만명의 삶을 변화시킨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와 함께 하는 뼈 때리는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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