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등 에너지 요금 인상 논의도 `올스톱`될 전망이다. 어수선한 정국 상황 속 전력당국이 인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하면서 당장 내달부터 적용될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분기 적용될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악화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계속 받고 있지만 서민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인상한 전기요금은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다. 정부는 산업용 전력량 요금은 평균 한 자릿수 인상률인 9.7% 인상했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1년여 만의 인상이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적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전이 올해 3분기까지 5조94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0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결국 남은 카드는 전기요금 인상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력 당국은 매 분기 직전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해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하면 기획재정부와 논의한 후 결정되는 구조다. 한전은 이날 생산원가를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할 계획이다. 물리적으로는 20일 전후로 결정돼야 하지만 탄핵이 가결되면서 내부적인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 속 주요 정책 결정도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면서 "현재로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꾸준히 요금 인상을 언급해 왔다. 취임사에서부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김동철 사장은 지난달 출입 기자들과 만나 "주택 요금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모든 종별의 전기요금이 아직도 원가를 밑돌고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흑자 행진을 5개 분기째 잇고 있지만 이전부터 쌓여온 적자 구멍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3분기 말 기준 37조 6906억원이다. 부채는 204조1248억원으로 늘었다.
한전처럼 재정 악화 상황을 이유로 요금 인상 압박을 받는 가스공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78.5% 증가한 1조82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가스요금 6.8%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으나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올 연말 14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재무 상황 타개를 위해 가스요금 인상도 매번 언급되고 있지만 탄핵 정국 속 인상 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요금 인상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탄핵 정국으로 국민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청구서를 끌어안은 정부와 여당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요금을 제때 현실화하지 않으면 에너지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손실만 키울 뿐이다.
민생 경제가 엄중하긴 해도 점진적인 인상 외에는 답이 없다. 미루고 있다가 오히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