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낳은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장 피아제는 2~7세의 아동들은 자아중심적이어서 모든 것을 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자아중심성(自我中心性)`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 시기의 아동들은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세계와 자기 밖에 있는 객관적 세계에 구별이 없는 이른바 주객미분화(主客未分化)의 세계, 자타미분화(自他 未分化)의 상태에 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끼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아빠가 3세 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있니?` 하고 물으면 다른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엄마를 바꿔 달라고 해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아빠가 자신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두 형제가 아빠와 함께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을 갔다. 형인 8세 소년은 여성 가방 종류를 골랐고 3세 된 동생은 모형 자동차를 골랐다.
집에 돌아와 동생은 엄마의 마음에 들기를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엄마에게 모형 자동차를 선물했다.
그의 행동은 자아중심적인 것이다. 엄마의 관심이 자신의 관심과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모형 차를 엄마의 생일 선물로 선택한 것이다.
자아중심성에 관한 피아제의 연구 중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세 산 실험(three mountains task)`이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로 다른 모양, 크기, 색상의 모형 산 세 개를 테이블 위에 배치한다.
그리고 아동으로 하여금 세 개의 산으로 된 모형 주위를 돌아보게 해 그 모형이 다른 각도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나서 아동을 그 모형의 한쪽 편에 앉게 하고 그와 반대편에는 인형을 놓아 서로 정면으로 대하게 했다. 여러 가지 사진들 중에서 아동이 본 것을 가장 잘 나타낸 사진과 인형이 본 것을 잘 나타낸 사진을 고르라고 한다.
이 시기의 아동들은 자신이 본 것을 나타내는 사진은 잘 골라낼 수 있다. 그러나 인형이 본 것을 나타내는 사진을 고르라고 했을 때에도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사진을 선택한다.
그들은 인형의 관점이 자신의 관점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는 자아중심적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우리가 세 산 실험을 한다면 인형이 본 것을 나타내는 사진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도 자아중심성을 넘어 상대의 관점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할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과거 또는 현재에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이 있나요?".
누구나 대인관계에서 크든 작든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 늘 좋았던 관계가 상대의 말 한마디나 행동에 의해 상처가 돼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여기에 몰두해 자신이 피해자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함께 던져봐야 한다.
"당신이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은 없나요?".
자신의 입장이나 관점이 아닌 상대의 시각에서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는 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 간 역지사지는 갈등을 예방하고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호 이해와 공감도 촉진한다. 역지사지를 통해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역지사지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그러나 카네기 공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의 조건은 15%가 개인의 전문지식과 기술이며 85%가 `좋은 인간관계`였다.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팀의 72년간에 걸친 연구에서 밝혀진 행복의 조건 역시 `좋은 인간관계`였다.
행복과 성공은 혼자만의 고군분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행복과 성공에 도달할 확률도 높아진다.
내 시선을 넘어 남의 시선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게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