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 성향에 따라 경기 전망이 상반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0%는 `나빠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16%는 `비슷할 것`, 19%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전달보다 3%포인트 늘고 비관적 전망은 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갤럽은 "경기 낙관론은 대체로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신뢰 정도가 강한 이들에게서 높은 편이다. 최근 (보수층에서) 두 달간 비관론이 크게 늘었다"며 "반면 진보층의 경기 전망은 오히려 덜 비관적으로 바뀐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보수층의 경기 낙관론은 지난달 23%에서 이달 16%로 감소했고 비관론은 47%에서 56%로 증가했다. 반면 진보층의 경기 낙관론은 같은 기간 6%에서 19%로 늘었고 비관론은 79%에서 60%로 줄었다.
갤럽은 이러한 변화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직무 정지,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 교체 기대감으로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진보층이 보수층보다 향후 경기를 더 긍정적으로 전망한 사례가 있었다. 자신의 살림살이 전망에 대해서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30%)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1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53%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분쟁에 대해서는 46%가 `증가할 것`, 19%가 `감소할 것`, 25%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제관계 비관론은 지난 10월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두 달 연속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후 불확실성 해소, 금융시장 변동성 적응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 부진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판매지수, 자영업자 폐업률, 가계 및 기업 부채 등이 여전히 빨간불이다.
거의 모든 지표가 전국 평균 이하인 부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내수가 저조해 올 3분기 대형마트와 백화점 판매실적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만큼 경기가 얼어 붙어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리 인하나 수출 증가 효과가 국민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금리 인하에 의한 내수 자극 요인을 상쇄해 버리는 악순환 구조다.
경제는 심리여서 나쁘다 하면 진짜 나빠진다는 말이 있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안심은 커녕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비판을 부르는 건 바닥 경기와 한참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엄중한 위기 의식 하에 대내외 위험에 신속한 대처와 처방이 필요하다. 물가와 금리 관리는 물론 각종 규제 혁신, 산업 지원, 수출 전략 개선 등 전방위적인 경제 살리기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