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돌파할 카드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택했다. 권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혼란기를 맞은 당을 안정시키고 조기 대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권 의원을 지명했다.
의원들은 권 권한대행의 인선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지 열흘 만,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국민의힘이 권영세 비대위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안정`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및 한 전 대표의 사퇴 과정에서 정점을 찍은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탄핵 정국을 헤쳐 나가야 한단 것이다.
그간 당내에선 친윤계(친윤석열계) 5선 중진인 권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제기될 `도로 친윤당`이란 비판보다 내홍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한동훈 지도부 하에서 지속됐던 친윤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의 대립을 탄핵 정국에서 되풀이하면 보수가 궤멸할 거란 우려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권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정서가 좋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또다시 당이 분열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단일대오로 원내지도부와 비대위가 야당에 맞설 때"라고 말했다.
`권성동-권영세` 친윤계 투톱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앞둔 윤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부터 받아칠 것으로 보인다. 추락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도부 차원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비대위가 출범하면 공식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내년 3월~5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도 권영세 비대위의 핵심 과제다. 탄핵 정국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잡아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고 대선 후보 경선을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든 이번 비대위가 이끌 대선은 사실상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라며 "한 전 대표부터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들이 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대선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단일화 없이는 가능성이 없는데 권영세 비대위가 짊어진 짐이 크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현 상황에서 당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화합인지 궁금하다.
특히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친윤계의 두 수장 체제로 과연 환골탈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힘이 살 길은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것이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다.
진정으로 당이 쇄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윤계의 독주를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만약 친윤계의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당은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당이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