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저출생과의 전쟁 원년이었다.
그 발화점은 경북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 현재 경북이 쏘아 올린 저출생과 전쟁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아젠다가 됐다.
정부, 국회가 나서고 나라 전체가 동참하고 있다. 너도나도 저출생으로 죽어가는 대한민국을 살려보자고 힘을 모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 기업·시민단체까지도 위기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조차 없다는 절박함으로 저출생과 전쟁에 나섰던 경북도의 입장에선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저출생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 OECD 국가 중 단연 최하위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70만명 중 해마다 출생이 20만명 남짓 정도니 50만명이 사라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에 경북도는 당장의 문제들부터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나섰다.
지난해 5월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로 구성된 100대 실행과제를 내놓았고 이미 대부분 현장에서 정상 추진 중이다.
경북도의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도가 직접 디자인했기 때문에 체감도가 높아 정책 수요자 또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 만남 주선, K보듬 6000 등 경북도가 새롭게 내놓은 일부 사업들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반응이 뜨겁다.
만남 주선의 경우 남자 참가희망자가 최대 14대 1을 넘어가고 매칭률 또한 절반 정도로 성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보듬 6000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야간, 주말, 공휴일 이용자만 총 1만6700여명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K보듬 6000이란 K는 `Korea`, 보듬은 `보듬어 주다`, 6000은 `육천(육아천국의 줄임말)`로 경북도가 디자인한 공동체 돌봄 모델이다. 쉽게 말해 집 근처 아파트 1층에서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전문교사, 소방, 경찰, 자원봉사자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이동버스와 친환경 먹거리로 안전과 건강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7개 시군 53개소를 시범 운영 중이고 올해 도내 전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경북도의 이러한 노력은 국회·정부에 인정받으며 지난해 4관왕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2024년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주관 대한민국 지방지킴 공모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고 10월엔 보건복지부 주관 인구정책 유공 대통령 기관 표창을 수상했다. 12월은 행정안전부 지자체 인구감소 대응 대통령 기관 표창과 보건복지부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정부의 저출생 사업 공모도 계속 유치하면서 특별교부세 90억원도 확보했다.
타 지자체와 공공기관들도 벤치마킹을 다녀가면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저출생의 분위기가 조금씩 희망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징조는 바로 결혼 인식과 출산율의 변화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가 증가하는가 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출산 의향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코로나19 등 기저효과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급격히 추락하고 있던 저출생의 추세가 꺾였다는 점에선 충분히 고무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올해 경북도는 저출생과 전쟁 시즌 2에 들어갔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며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정주민 사회`로 과감히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당장은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지만 결국 구조적 개혁과 의식 전환이 저출생 해결의 근본 대책이라 역설한다.
한 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약 10만명 정도의 청년들이 대부분 일자리, 학업을 위해 모여드는데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지친 이들은 높은 현실의 벽 앞에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동시에 극심한 경쟁 사회를 벗어나 꼭 필요한 교육을 받고 고교 졸업 후 일찍 사회에 나가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과제들은 긴 호흡이 필요한 것들이지만 지난해 저출생과 전쟁을 이끌어 온 경북도는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철우 도지사가 주재한 제26회차 저출생과 전쟁 혁신대책회의에서 이미 "저출생과 전쟁을 멈추거나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시즌 2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는 2025년에는 더 강력하고 더 피부에 와닿게 전 실·국이 협력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경북도는 돌봄, 주거 등 단기적 대책은 앞으로 계속해서 보완해 가며 세밀함을 더해가는 한편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과 직접적 요인에 대한 대응 전략도 새롭게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완화, 교육 및 주택 개혁 등 저출생 구조개혁을 선도하고 결혼 출산을 망설이는 세대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한 3578억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편성했다.
더불어 추경 및 신규사업의 국비 확보에도 철저히 대응하는 등 곧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의 정책 방향도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 기조에도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출생과 전쟁 혁신 대책회의, 워킹그룹 운영, 브라운백 미팅 등 다양한 공무원-민간 전문가 협업 방식 등을 통해 전략 고도화도 도모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과학적·체계적 접근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저출생 극복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방송, 금융, 종교, 여성, 학계 등 민간 기관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 문화적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홍보 등을 적극 시행할 계획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저출생과 같은 인구 위기 극복에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만큼 지속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방이 미래고 지방이 바로 신산업으로 지방 중심의 국가가 운영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저출생 사회 구조 개혁에 경북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박외영 기자p041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