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들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이 2.3%로 4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선식품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해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9.8% 상승했다. 이 지수는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지난해 40% 이상 오른 귤이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대표적 급등 과일인 사과·배가 뒤를 이었다. 이어 채소류 중 토마토, 배추 등의 기여도도 높았다. 과일류의 경우 16.9% 상승했다. 19개 품목 중 13개 품목(68.4%)의 가격이 올랐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은 배(71.9%)로 작황 부진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며 급등했다. 뒤를 이어 귤(46.2%), 감(36.6%), 사과(30.2%)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복숭아(13.1%)와 체리(8%), 아보카도(8.1%)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수입과일의 경우 바나나(-5.9%), 파인애플(-5%), 망고(-10.4%), 오렌지(-3.9%), 참외(-4.7%), 딸기(-2%), 블루베리(-2.3%) 등이 할당관세 시행과 글로벌 물류 여건 개선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채소류는 27개 품목 중 21개 품목(77.8%)의 가격이 상승, 6개 품목만 가격이 하락하며 평균가격이 8.2% 올랐다.
특히 배추(25%)와 무(24.5%)는 급등하며 채소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당근(20.9%)과 토마토(21%)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열무(14%), 풋고추(12.1%), 호박(14.5%), 가지(10.9%), 브로콜리(13.9%), 파프리카(11.9%)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오이(9.7%)와 시금치(9.4%)도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감자(-8.5%), 양파(-5.3%), 콩나물(-2%), 버섯(-1%), 마늘(-6.2%)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하락, 파(-16.5%)는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축산물과 수산물 기타식료품은 등락이 엇갈렸다. 돼지고기(7.2%), 쇠고기(5.5%), 우유(3.7%)가 상승한 반면, 닭고기(-3.1%), 계란(-1.8%), 쌀(-2.9%)은 하락했다. 수산물에서는 오징어(10.2%), 갈치(8.5%), 고등어(6.7%)가 상승했고 명태(-4.4%), 새우(-3.5%)는 하락했다. 기타 식료품으로는 설탕(4.1%), 밀가루(3.5%)가 상승했으며, 식용유(-2.2%), 커피(-1.5%)는 하락세를 보였다.
장바구니 물가를 좌우하는 신선식품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예측과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일 등 신선식품 소비가 급증하는 명절 등에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한 채소나 과일값 등을 잡기 대책을 내놓는다.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오렌지나 바나나 등 과일 직수입을 확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식탁의 주를 이루는 것은 채소나 생선, 과일 따위의 신선식품들이다. 대표적인 음식이 김치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가정에서 하는 일 중 첫 번째가 김장이다. 김장에는 배추를 비롯해 각종 신선식품이 사용된다. 어디 김치뿐이겠는가. 신선식품을 빼고는 식탁을 말할 수 없다.
정부는 신선식품 물가 상승이 지속된 강우와 일조량 부족, 여름철 불볕더위 등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수급 여건이 불안해진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채소와 과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 작황 부진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
공급이 줄어드니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작황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지경까지 놔둔 정부 책임은 작지 않다. 더구나 이들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니 이를 기반으로 만드는 다른 식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식품 가격이 상승하니 덩달아 음식 가격도 올라간다.
정부는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대책`, `유통구조 개선 대책`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민 식탁을 책임지는 신선식품 물가는 가계의 안정을 위한 정부의 최대 과제다. 어느 정책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