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통령경호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소용돌이에 휘말려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으며 급(級)이 달라진 적은 있으나 이제는 조직 폐지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가 사병(私兵) 조직으로 전락했다며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독립기관인 경호처를 경찰 산하 경호국으로 두는 내용이 골자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권력 2인자 소리를 들었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주로 대통령 최측근이 기용된 경호처(실)에 관한 통제를 강화해 사병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경호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경호처 존폐 문제는 신중을 요한다.
경호처가 61년간 쌓은 전문성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한 치 오차조차 허용될 수 없는 대통령 경호에 있어서 전문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될 사항은 없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세 때 암살될 뻔했던 일에서 볼 수 있듯 경호에서는 작은 빈틈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은 경호기관이 각각 경찰과 정부 부처 산하에 있다.
`경호 실패`는 경호기관이 누구 아래에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난다. `사병화` 논란을 촉발시킨 영장 집행 저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호처는 이번 계엄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발부한 모든 영장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으로 규정했고 비화폰(보안휴대전화) 통신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역시 응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놓고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한 채 임의제출로 자료를 받아야 했다. 경호처는 줄곧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 군사·공무상 비밀 사유를 들어 왔지만 내란은 다른 범죄 혐의와 차원이 다른 만큼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
사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호처 자체적으로도 환골탈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호처는 재작년 창설 60주년 행사를 윤 대통령 생일 파티 형식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병화 논란을 더 키웠다.
경호처 직원과 군·경찰 소속 경호부대원까지 행사에 동원했으며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윤(尹)비어천가`까지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사이에서도 자조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명하복 문화와 폐쇄적 조직 특성은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감수하는 희생이다. 불합리한 지시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50주년 행사 때도 똑같이 했었다는 해명은 경호처 처훈인 `영원한 명예`를 스스로 깎아 먹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