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에 발표한 `2025년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전산업 생산(-3.7%→1.2%)이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조업일수(-4.0일→+1.5일) 확대 때문으로 생산 증가세 둔화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광공업 생산(7.0%)은 반도체(11.6%)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전월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자동차(14.6%), 전기장비(3.9%) 등이 개선되며 증가 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업 생산(0.8%)도 도소매업(1.2%), 금융보험업(2.6%)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다만 건설업 생산(21.0%)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KDI는 "조업일수 영향이 보정된 계절조정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도 건설업(-21.7%)이 많이 감소했다"며 "광공업(1.0%)과 서비스업(0.1%)도 낮은 증가세에 그치며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심리는 개별소비세 인하에 기인해 승용차가 반등했으나 전체 소매 판매는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상품 소비의 부진을 나타냈다. 지난해엔 2월이었던 설 명절이 올해엔 1월로 이동하면서 2월 내구재(13.7%)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준내구재(-6.8%)와 비내구재(-7.5%)는 대폭 감소했다. 설 명절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 기준으로 보더라도 내구재(2.0%)가 승용차(10.4%)를 중심으로 반등했으나 준내구재(-4.0%)와 비내구재(-1.4%)의 부진에 따라 소매 판매(-1.1%)는 감소세를 지속했다.
서비스 소비는 1~2월 평균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3.7%),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5.6%), 교육서비스업(-1.8%) 등 소비와 밀접한 주요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93.4)는 2024년 12월의 극심한 위축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설비투자(7.7%)는 조업일수 확대 및 반도체 관련 투자의 호조로 증가했다.
그러나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 등 수출 여건 악화로 향후 설비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부진을 지속했다. 2월 건설기성(-21.0%)은 전월에 이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위축된 모습이다. 건축 부문(-23.9%)의 극심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토목 부문(-11.1%)은 감소 폭이 일부 축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월(0.7%)보다 높은 3.1%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일평균 기준으로도 5.5% 증가하면서 1~2월의 저조했던 흐름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수출은 ICT 증가 폭 축소에 주로 기인해 2.1% 감소하며 수출 증가세 둔화 흐름을 시사했다.
KDI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됐다"며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월과 유사한 13만 6000명을 기록했다. 서비스업(39만 5000명)은 정부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보건·사회복지(19만 2000명)의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제조업(-7만 4000명)과 건설업(-16만 7000명)이 큰 폭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세는 완만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2.0%)과 유사한 2.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요 압력이 낮게 유지됨에 따라 근원물가(1.9%)도 전월(1.8%)과 유사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