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누구나 아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10여년 전의 나는 그야말로 독불장군이었다.
당근을 주기보다는 당장의 채찍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의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친 직원들을 다그치기에 바빴다. 그 덕분인지 당시 `국군체육부대 유치`,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등 굵직한 성과는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당시 우리 직원들을 떠올렸을 때 나는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보고를 할 때도, 행사를 진행할 때도, 자신의 업무에 대해 누구 하나 의욕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이 그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시키는 일만 겨우 할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의 호통이 무서워 쫓기듯 일하는 환경이 직원들에게 결코 건강한 동력을 불어넣을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문경시장에 재당선됐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공무원이 행복해야 문경이 살아난다`였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에는 나름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비서실 직원에게 "내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버럭금`을 징수해 달라"라는 부탁을 했다.
역시나 변화는 쉽지 않았다. 얼마 전 한 사업설명회에서 사업 진행이 부진하다는 생각에 급기야 한 직원에게 화를 내고야 만 것이다. 목격자가 너무 많아 결국 비서실 직원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갔고 5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게 됐다.
10여 년 전의 나의 모습이 훨씬 익숙한 아내는 그날 저녁 버럭금이 한 번으로 그칠 것이라 생각치 않았는지 한참 동안 잔소리를 늘어놨다. 그 사건 이후 아내의 잔소리가 무서워서라도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더욱 노력 중이다.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문경시는 현재 3F 정책을 실천 중이다. △FUN(즐겁게) 주인의식을 더하고 스트레스는 비우고 자유로움은 가득히 `즐거운 문경` △FUN(뻔하지 않게) 새롭게! 재밌게! 멋지게!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빛나는 문경` △FUN(편하게) 소통과 협력, 칭찬과 격려, 기다림이 있는 `행복한 문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 중이다.
`일은 스마트하게, 삶은 스마일하게`라는 일념으로 작은 부분에서도 변화의 싹을 틔웠다.
우선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도록 업무 시간에 유연성을 강조했다. 출장업무가 있는 경우 민원인과의 만남이 길어지면 사무실에 복귀하기보다는 바로 퇴근해 재정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했다. 징검다리 휴일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연가 사용을 권장했다.
대민업무가 잦은 공무원의 특성을 고려해 직원들이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1박 2일의 일정으로 마음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직원들이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며 영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 해외배낭연수 기회를 자격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제공했다. 자율적으로 팀을 꾸리고 계획을 세우도록 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런 작은 싹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일까. 최근의 문경시는 사무실 곳곳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끔 일정이 빈 시간에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청내를 돌아다녀 보곤 한다. 사무실 문 너머 복도에까지 직원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이제는 시장인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도 직원들이 당황하기보다는 스스럼없이 내게 "시장님 오셨어요?"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낸다.
형식상의 회의에서 벗어나 서류 없이 진행한 티타임 형식의 회의에서 이전과 달리 직원들은 주저없이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눈을 반짝이며 제안한다. 그런 그들을 보고있노라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즐기는 자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 공무원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하게 되면 이는 곧 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건강한 직원은 친절한 자세로 민원인을 대할 것이며 친절한 응대를 받은 시민은 곧 문경시를 찾는 외부인에게도 친절을 베풀 것이다. `행복한 일터 조성`이 곧 그간 문경시가 줄곧 강조해 온 `無限親切(무한친절)`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문경의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즐겁게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