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시 진입 관문과 행사장을 비롯한 관광지 일대를 대상으로 민관 합동으로 대대적인 환경 정비를 실시하고 있지만 천년 신라의 문화유산인 사적지 인근에는 불법시설물(비닐하우스)이 난립해 도시미관 및 사적지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어 경주시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월 7일 자 4면 참조)
신라 천년을 품은 경주시 지역 내에는 천장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수 많은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신라 왕들의 무덤은 그 규모가 상당이 크고 웅장해 외국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왕릉 인근에는 농사용 비닐하우스로 위장한 흉물들이 문화재 경관을 해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닐하우스는 동천동에 위치한 표암재와 동궁과 월지 인근 제23대 법흥왕릉(재위 514~540년) 및 제41대 헌덕왕릉(재위 809~826년) 인근 100m 안팎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과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불교를 신라의 국교로 첫 공인하고 부흥시킨 법흥왕은 전국 각지 불교계 등에서 널리 찾고 있지만 왕릉을 향하는 길은 좁은 농로인데다 능을 안내하는 표지석마저 인근 마을 표지석보다 작고 초라해 사자(왕)를 홀대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시민들은 경주시가 APEC을 앞두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관문 도로와 교량을 비롯한 주요 명승지 주변에 대대적인 조명(야경 조성사업)시설을 조성하고 있으면서 신라 왕들이 영면한 왕릉 주변 (환경)관리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주시의 소극적 행정이 불법시설물(비닐하우스)을 난립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진입 관문과 행사장 인근 환경 정비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불법시설물들이 어떻게 정비되는 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특히 조경업을 하는 일부업체의 불법시설물에 대해서는 관급공사까지 하는 사업자가 누구보다도 문화유산경관 관련 지식을 많이 지니고 있을 법도 한데 왕릉의 면전에다 불법 시설물을 조성해 버젓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시민들은 "어렵게 경쟁 도시를 제치고 APEC을 유치한 공적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도 경주의 품격과 위상을 한층 더 높게 하는 시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불법시설물이 설치된 곳 대부분이 농지이고 농지전용업무는 읍면동에 있다. 각 읍면동에서 1·2·3차 원상복구 명령에도 시정되지 않을 시 본청으로 이행 강제금 부과를 요청하면 이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시민은 "APEC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불법시설물 정비에 시간만 끌다가 세계 정상들에게 훼손된 사적지 풍광을 보여줘 경주 관광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까 걱정"이라며 "모처럼 세계 각국 정상과 관광객들이 경주를 방문하는 기회를 맞았는데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에 걸맞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풍광을 보여줘서 이후에도 경주에 많은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삼진 기자wba11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