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고려대와 연세대가 본과생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급 조치에 나섰다. 해당 대학을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대규모 의대생 유급 통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개강 후 실습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본과 3학년 84명, 4학년 41명 등 총 125명을 대상으로 유급 통보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14일) 의대 전체 교수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당초 세운 원칙대로 학생들을 유급하기로 했다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연세대는 지난 7일 수업 참여를 거부한 4학년 본과생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냈고 이날도 본과 1~3학년에 대해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대학은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을 이수하지 않으면 유급 처분을 내린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모두 수업 일수의 3분의 1 이상을 출석하지 않으면 유급 대상이 된다. 학칙에 근거할 때 다른 대학들도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해 본격적인 유급 절차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와 대학은 학칙에 따른 원칙적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급이나 제적은 학교에서 밝힌 것처럼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이고 교육부의 원칙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다른 대학도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대부분 유급예정통지서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유급이 코 앞으로 다가왔으나 의대생 사이에선 아직 복귀보다 수업 거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오히려 연세대 의대 커뮤니티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두고 "애초에 욕먹을 것을 감수하고 돌아간 것 아니냐. 조용히 다녀라" 같은 날 선 반응이 올라왔다.
현재는 본과생들이 유급 대상자로 올랐으나 만일 예과생들까지 유급 절차를 밟을 경우 24·25·26학번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 듣는 이른바 `트리플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예과생들의 수업 거부 의지는 본과생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본과생 대부분이 복귀했지만 예과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24·25학번이 몰리는 `더블링`을 대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여기에 한 학년이 더해지면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총장은 "지금의 더블링도 학교마다 비상상황인데 트리플링이 되겠느냐"며 "(정상적인 의학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의대생들이 연일 수업을 거부하면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교육부는 `정상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수준`을 기준으로 모집 인원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업 참여율이 저조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학교별, 학년별 학사 운영 방식이 달라 수업 복귀율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복귀율을 판단하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교육부와 대학 모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