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라면 경주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는 수학여행, 한때는 신혼여행지로 추억이 깃든 도시이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발길 닿는 곳마다 신라인의 혼이 서려있는 문화유산들에 대한 경이와 감탄으로 자긍심을 갖게 한다. 경주를 지독히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고도를, 웅혼한 신라인의 기상을 지켜 가고 있다.전 지역이 국립공원인 경주. 본지는 주 2회 경주국립공원 내 지구별 탐방코스를 따라 신라의 영산과 문화재를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도움을 주신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 감사를 전하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경주남산’에서 일부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솔숲에 이는 바람은 부처의 손길이든가 경주와 경주의 문화유적을 사랑하고 거기에서 우리 민족이 취할 바를 지남(指南)하려 했던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 선생은 정작 경주가 갖는 보다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그가 아끼던 제자 고청(古靑) 윤경렬(尹京烈 1916~1999)에게 다음과 같이 교시했다 한다. “신라를 알고프면 경주에 가 살아라. 겨레의 혼을 알고 싶으면 서라벌의 흙냄새를 맡으라.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고자 한다면 경주 남산에 가 보아라.” 아마도 그 시절, 시대적 상황이 주는 일정한 한계를 지녔던 때만 아니었다면 우현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이렇게도 일러 주었으리라.“경주에 가거든, 남산을 찾으라.” 경주사람들은 ‘남산에 가보지 않고서는 경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신라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신라인의 남다른 신앙심과 독특한 미의식이 한데 어우러져 예술로 승화한 곳이기 때문이다. 신라 법흥왕 15년(528년)에 불교가 공인된 뒤로 경주 남산은 부처가 머무는 성지로 신성시 됐다. 산자락과 골짜기마다 숱한 절과 탑이 세워지고 불상이 조성됐다. 전성기 때에는 절만 무려 800곳이 넘게 들어섰다고 전한다. 오늘날에도 남산 일대에는 왕릉 13기, 절터 147곳, 불상 118기, 석탑 96기, 석등 22기 등 모두 672개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지난 2000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천년의 불국토 남산 <삼릉~용장골>* 삼릉-상선암 구간 (1.2km, 약 60분소요) 삼릉에서 선각육존불까지는 돌 포장과 흙으로 된 탐방로이며, 선각육존불부터 주로 돌계단으로 이루어진다. 상선암 올라가는 길은 ‘깔딱고개’라 해서 조금 가파른 돌계단으로 된 탐방로가 나온다.자연자원의 감상과, 곳곳에 분포해 있는 문화재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빼 놓을 수 없다.삼릉계곡 입구에 위치한 삼릉은 신라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무덤이다. 이 세 왕의 무덤보다 더욱 유명한 것은 삼릉의 소나무 숲인데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산책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보면 TV프로그램 ‘1박2일’에서 방송됐던 삼릉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목 부분이 떨어져나가 목 없는 불상이라고도 많이 불린다. 석조여래좌상의 왼편으로 조금 더 오르다보면 붉은 입술이 특징인 삼릉계마애관음불이 위치하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에서 10분~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좌측에 벽면에 여섯 명의 부처를 선으로 조각한 선각육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돌계단을 좀 더 오르다 보면 삼릉계에서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보물 제666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있다.불상의 양식이나 조각의 기술수준을 보았을 때 신라의 불교문화가 가장 발달한 8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 상선암-금오봉-용장사지 (2km, 약 60분소요)상선암을 지나 돌계단과 흙길을 따라 오르면 바둑바위가 나오고 바둑바위~금오봉 구간은 능선 구간으로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금오봉에서 용장사지로 내려가는 탐방로는 경사가 가파르고,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이므로 비 또는 눈이 올 때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상선암을 지나 15분 정도 더 오르면 자연경관이 뛰어나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지는 바둑바위가 있다. 전설만큼 조망이 좋아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으로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바둑바위에서 금오봉을 향해 5분정도 걷다보면 삼릉계마애석가여래좌상이 있다. 이 지역은 낙석위험으로 인해 현재 폐쇄되어 조금 떨어져 있는 금오봉으로 가는 길에 마애석가여래좌상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금오봉 가는 길에 바위의 갈라진 틈에 돌을 던져 소원을 비는 상사바위 등 바위들마다 숨은 전설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구간 마다 휴식을 취하며, 사진촬영 및 전설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금오봉에서 용장사지를 가기 전 보물급 문화재 셋을 만날 수 있다. 먼저, 남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았다는 용장사곡삼층석탑(보물 제186호)은 탑을 주변으로 자연경관이 우수해 등산·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안전로프를 타고 내려가면 용장사지마애여래좌상(보물 제913호)과 용장사곡석조여래좌상(보물 제187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용장사곡석조여래좌상은 삼릉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목 없는 불상)과 마찬가지로 머리가 사라졌으며, 목 부분에는 정으로 친 흔적도 볼 수 있다. *용장사지-설잠교-용장골 구간 (1.5km, 약 60분 소요)지금은 사라지고 절터만 남은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머물면서 ‘금오신화’를 썼던 곳이다. 용장사지는 표시만 있을 뿐 무덤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용장사지에서 설잠교로 내려오는 길은 내리막에 주의를 해야 하며 비, 눈이 올 때 바위 면이 미끄러워 주의해야 한다. 설잠교에서 용장골 내려오는 길은 평탄해서 무난하게 내려올 수 있다.손익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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