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은 부처의 나라이다. 미륵의 땅이다. 골짜기마다 부처들이 가득하다. 옛 절터나 돌탑도 부지기수인데, 웬만한 바윗돌엔 부처가 새겨져 있다. ‘절집들이 하늘의 별처럼 널려있고, 탑들은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것 같이 줄지어 있다 寺寺星張 塔塔雁行.’ 삼국유사에 적은 일연스님의 표현이 빈말이 아님이 금방 드러나는 곳, 남산. 하나의 커다란 절집, 지붕 없는 노천박물관이자 신라인들이 만든 야외 조각전시장이다.어느 작가는 이렇게 남산을 적고 있다. “소나무 보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넉넉하게 서 있다. 용 비늘 몸피를 두른 채 비뚤배뚤 제멋대로 서 있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고 발랄하다. 태껸 겨루기 품새 같다. 어깨를 들췄다 놓았다 으쓱으쓱···, 서라벌 밝은 밤에 겅중겅중 몸짓을 하던 처용의 춤사위가 그랬을까.”
불락(不樂) 무행처(無幸處)의 더운 여름이 찾아왔을 때도 남산은 침묵하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여름 꽃들이 시들며 가을이 온다고 개울물들이 차가와져 가을이 온다고 계절의 전언을 전해주어도 산은 면벽하고 앉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중드는 나무들도 푸른 잎이 부끄러운 듯 산정 바람을 불러 투덜거린다 그럼 푸른 투덜거림 사이사이 단풍잎 한 장 몰래 숨어 가을의 이름을 불러 돌부처의 뺨이 붉어지는 은밀한 화엄의 시간이 있으니 마음의 비어 있던 아궁이마다 다시 불이 지펴지고 팽팽했던 산의 어깨가 서쪽으로부터 조금씩 무너지며 보라, 가을은 온다. 정일근 시집 `경주남산` 중에서
취재에 도움을 준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 감사를 전하며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우리길 21’(동아일보사)에서 일부 인용했음을 밝혀 둔다.
-포석정~동남산 구간[포석정~금오정~동남산순환도로]
신라 최초의 왕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과 초기 궁궐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창림사터에세 신라 천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망국의 한이 서린 포석정까지 신라 역사의 시작과 마지막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이 모두 남산이다.제55대 경애왕이 견훤에게 생포되어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포석정 가까운 곳에는 박혁거세가 나라를 세우기 전 서라벌 지역에 있었던 여섯 고을의 촌장들에게 제사 지내는 양산재, 신라 최초의 궁궐이 있었던 창림사 터, 신라초기의 왕릉인 오릉 등의 주요 유적이 있다. 천년 세월이 이루어놓은 역사의 궤적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포석정 주변의 남산은 자전거를 이용한 경주 외곽의 하이킹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포석정 - 동남산지킴터 (8km, 약 4시간 소요)
이 구간은 경사가 완만하고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산행할 수 있는 편안한 등산로여서 정상을 쉽게 올라갈 수 있고 여러 코스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포석정~동남산지킴터 탐방로는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으로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특히, 금오정에서는 남산의 서쪽 풍경과 팔각정 터에서는 동쪽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등산코스이다.포석정~동남산지킴터 구간 탐방로는 포석정에서 시작을 한다. 포석정에서 동남산지킴터까지의 거리는 8km정도이며, 약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포석정~금오봉~동남산지킴터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넓은 등산로로써 노약자와 어린이가 산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탐방로이다. 금오봉 정상에서 동남산 방향으로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어서 잠시 쉬어가면서 목을 축일 수 있다. 남산의 자연자원을 감상하면서 탐방을 할 때 체력적인 소모가 적고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보슬비 오는 날, 우산 쓰고 걸어도 좋을...
포석정은 돌홈을 파서 물을 흐르게 하고 그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놓고 술잔을 주고 받으며 즐기던 인공 수로유구(수로의 길이는 22m, 포석형 구간은 약 18m)만 남아 있다. 오랫동안 이곳이 왕실 사람들의 향락을 위한 곳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포석정 발굴 조사 과정에서 포석정이 단순히 풍류를 즐기기 위한 오락 시설이 아니라 종교적인 제사가 행해지던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배상지는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못이고, 포석정지에서 배상곡수연을 열기 위한 수원지로 추측하고 있는 못이다. 배상지를 지나 금오봉 방향으로 윤을곡 마애불좌상은 ‘ㄱ’자형 바위 두 면에 불상 셋이 새겨져 있어 삼존불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그 배치가 매우 특이하다. 왼쪽 불상의 광배 왼쪽에 ‘태화9년을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이들 불상이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조각된 것을 알 수 있으며 약사여래 두 분을 조각한 것이 특이한 점이다. 윤을곡 마애불좌상을 지나 부엉골 마애여래좌상은 전체적으로 불상 주위를 파내고 세부적인 것은 선으로 음각했다. 불상은 연화좌에 앉아 있는 자세로 특이한 점은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면이 누른빛을 하고 있어 햇빛이 잘 비추면 마치 황금빛 불상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황금불’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금오봉 정상에 가기 전 남산의 전망대인 금오정은 서남산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각이다. 상사바위에는 할아버지와 피리 소녀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전설이 있으며, 금오봉은 남산의 두 봉우리 중 하나로 높이 468m의 봉우리이다. 금오봉이라고 불리는 것은 황금자라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금오봉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이곳에서 김시습이 지었다. 삼화령 대연화좌에 있는 불상은 옛날 1960년대 탐방로 정비를 하다가 안타깝게도 파괴되었다. 이곳 삼화령 대좌에 관한 이야기는 ‘찬기파랑가’와 ‘안민가’를 지은 충담스님이 음력 삼월삼일과 구월구일에 삼화령미륵세존에게 차 공양을 했다는 내용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의 풍경은 절경이다. 오산골 마애불은 입구에서 올려 보면 보이는데 얼굴만 나타날 뿐 다른 부분은 보일 듯 말듯 조각되어 있어서 미완성 불상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 암석 그 자체를 그대로 이용하여 조각했으며, 전체적인 마모가 심한 불상이다. 산행 전의 주의할 점은 남산지구 포석정∼동남산지킴터 코스는(왕복 4시간, 거리 8km) 완만한 경사와 폭이 넓은 탐방로이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다녀 올 수 있는 코스이다.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등산화, 등산복 등 산행에 있어 불편하지 않은 복장을 착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특히 비가 온 후에는 바위와 지면으로 노출된 나무뿌리가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산행시 주의를 요하고 있다. 손익영 기자@IMG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