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홍수에 이지러져 내린 돌자갈 길옆으로 연둣빛 신록꽃이 피었다. 가을 단풍 또한 절경인 이 길이건만 꽃향기에 멀미날 지경인 무장봉 오르는 봄길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구불구불 산중턱에 오르면 대평원처럼 펼쳐지는 억새밭이 나온다. 청보리 잘 자란 푸른 봄 들이다. 억새줄기가 봄바람에 일렁이면, 저기 산등성이 너머인 동해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여린 잎새들의 작은 군무(群舞)다. 봄날 무장봉의 억새는 눈이 시원하다. 푸른 봄날에서 가을이 이지러지는 무장봉은 다시 은빛 물결 휘감아 도는 억새로 몸살하리라.이 너른 평원에서 사드락 거리는 억새 요를 깔고 별 이불을 덮는 밤을 맞아도 좋을 일. 무너져 내리는 밤 불멸로 남으리라, 알알이 추억되어... (*이 곳은 국립공원구역으로 야영과 취사 금지구역이다)
산이 산을 껴안고 / 겹겹이 잠드는 밤 / 우리는 길을 잃고 길 찾아 상처 입는다 / 그 상처 / 별이 될 때까지 / 걷고 또 걷는 밤길 // 산에서 밤을 만나면 / 육신의 눈 닫힌다 / 속세의 그리움도 욕망의 겨드랑이도 / 끊어져 / 무너져 내리는 밤 / 빛 삼킨 어둠만 불멸! //김영재 ‘밤길’에서
-왕후의 思夫曲이 돌로 남은 골짜기엔 신록꽃이 피었네
암곡코스(탐방지원센터~무장사지~무장봉)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 내 암곡탐방지원센터~무장사지~무장봉 탐방로는 가을철 억새 군락을 이루어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쟁에 쓰인 투구와 병기 를 묻었다는 무장사의 무장사지삼층석탑 등 문화자원과 자연자원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탐방로로써 토함산의 대표적인 탐방코스라고 할 수 있다.한때, 모 기업에서 운영한 목장이 산 중턱에 자리해서 경주사람들에게는 ㅇㅇㅇ목장이라고 더 잘 알려졌었다. 가을철 억새군락지로 매스컴에 소개되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단체 탐방객들로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무장봉 가는 길은 차량과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 암곡탐방지원센터 -무장사지 - 무장봉 - 암곡탐방지원센터 구간 (8.5km, 약 4시간 소요)
암곡~무장봉 구간 탐방로는 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암곡 탐방로는 총 8.5km의 순환코스로 3~4시간 소요된다.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무장봉(해발 624m)까지의 탐방로는 완만한 계곡코스와 경사진 능선코스 두 가지가 있다. 계곡코스의 거리는 5.4km 정도이며, 약 1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경사진 능선코스의 거리는 3.5km 정도이며, 약 9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0.4km 정도 지나면 두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계곡형 탐방로와 능선형 탐방로를 선택하면 된다. 이때 무장사지를 보기위해서는 계곡형 탐방로를 이용하여야 한다. 계곡형 탐방로는 무장봉까지 대부분이 돌 포장과 흙으로 된 탐방로로써, 이 구간은 위급 상황시 차량이 임도로 사용가능한 완만한 경사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무장봉에서 밤나무 단지로 경사형 코스로 내려올 때는 계곡형 코스와 달리 급경사가 군데군데 위치해 있어 또 다른 탐방의 즐거움을 준다.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자연자원의 감상과, 곳곳에 분포해 있는 문화재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탐방코스이다.
암곡은 깊은 산골짜기의 안쪽마을이라 하여 `암곡`이라는 마을이름이 붙여졌다.그래서 암곡은 경주시내권보다 약 2~3℃정도 기온이 낮다. 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약 2.4km 정도 지나면 무장사지가 있다. 무장사지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이 투구와 병기 등을 묻은 골짜기에 지은 절이라고 해서 무장사라고 불렀다. 절터에는 무장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26호)과 아미타불조@IMG5@상사적비 이수 및 귀부(보물 제125호)가 남아 있다. 아미타불조상 사적비는 깨져 산 아래 흩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그 비편들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다. 비석에는 39대 소성왕(799~800재위)의 왕비인 계화왕후가 죽은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내용과, 죽은 소성왕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지은 사부곡이 쓰여 있다. 통일신라시기에 만들어진 비석 머릿돌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태종무열왕릉비와 이곳 둘 뿐이다.이곳에서 약 3km를 올라가면 과거 목초지였던 무장봉 정상의 억새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가을철 억새 군락지로 장관을 이룬다.
□ 산행 Tip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 암곡∼무장봉 구간 탐방로는 순환코스로 (3~4시간, 거리 8.5km) 완만한 계곡형 탐방로와 경사진 경사형 탐방로 두가지가 있다.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코스이지만, 경사형 탐방로는 곳곳에 급경사를 이루는 구간이 위치하고 있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등산화, 등산복 등 산행에 있어 불편하지 않은 복장을 착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비가 온 뒤 바위와 지면으로 노출된 나무뿌리가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해서 산행해야 한다.손익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