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공연·예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며 예술가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자괴감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이사장 김석만)이 예인홀에서 주최한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한 `예술공감 톡톡` 3차 토론회에서는 일방적인 공연·축제 취소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놓인 예술가들의 실상이 전해졌다.문화역서울284 김서령 예술감독은 "국가적 대재앙 앞에서 전 국민들이 자책감과 무력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연·예술계도 공연·축제 취소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고 밝혔다."예술가들에게 방 구석에 가만히 쳐박혀 있으라고 누군가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단순히 생존의 위협을 넘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이 시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예술이 갖는 가치는 무엇인가 등 존재론적 문제에 대해서까지 고민하더라"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음악축제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14`의 경우 고양문화재단과 공동주최 행사인데 행사 하루 전 오후 5시가 넘어 일방적으로 취소가 통보됐다. 계약서에 있는대로 스태프에게 전액을 보상하고 관객들도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술가들은 굉장한 자괴감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이어 "문화역사서울 284의 경우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돼 관객도 평소처럼 오고 있지만 공연, 강연, 워크샵은 모두 취소됐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맞게 분위기를 바꿔 진행하겠다고 설득해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공연예술계 자체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민생안정을 위해 여행, 운송, 숙박 3가지만 지원하게 했다. 공연예술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예술을 바라보는 정부와 사회의 시선은 예술가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자성도 이어졌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공연 취소는 우리 사회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냥 모여서 놀고 먹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런 일의 일사천리 진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며 "예술이 왜 그런 합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성찰없이 연극이니까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맴돌았던 우리 자신의 논의 수준을 돌이켜 봐야 한다"고 했다.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달 연휴 기간 너무나 많은 연인들이 대학로를 방문해 웃고 즐기는 것을 보면서 대학로는 무중력의 공간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며 "연극이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극의 위기는 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고 자체 그대로 위기다"고 말했다.오성화 프린지네트워크 대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돈에 대한 사망선고를 하는 제의(祭儀)를 예술계에서 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술계 많은 이들이 제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업화되고 있는 대학로의 실태와 연극인들의 어려움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기형화된 뮤지컬 생태계 ▲대학에서 무수히 배출되고 공모제를 통해 성장하는 예술가의 탄생과 성장 경로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또 ▲대학로와 같은 연극의 도시적 기능 회복 ▲구립 문화센터 등 공공 공연공간의 공공성 강화 ▲가족 생활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의 필요성 등이 제안됐다.`예술공감 톡톡` 토론회는 14일 `서울시 문화예술 생태계와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주제로 올해 4차 토론회를 이어간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