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릉 동편 담장 너머의 숭덕전(崇德殿) 고고한 기와지붕을 마주하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갤러리. 검은 벽 한 쪽에 붙은 ‘신원갤러리’ 작은 명패보다 미니 ‘점방’ 지붕 위에 이고 있는 ‘오능상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겉에서 보면 도저히 전시관으로 보이지 않는 조그만 주택을 리모델링한 전시관 신원갤러리.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전시관 규모답지 않은 격조 있는 민화작가의 대작들과 그것들을 품고 서있는 ‘미로찾기’ 같은 좁은 전시공간에서의 작품 감상에 대한 집중력이 재미를 더한다.  처음 알고 방문한 신원갤러리가 지난해 3월에 개관, 벌써 네 번째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랐다.이달 30일까지 열리는 ‘하당 권정순 초대展’이 바로 그것. 순지에 분채, 봉채를 사용한 10폭 병풍 대작 ‘금강산도’를 비롯해 ‘월하선유도’ ‘호암화조도’ 는 그 규모와 파스텔조의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인물화 ‘이참판상’은 수염이나 관복에 새겨진 섬세하고도 세밀한 표현력, 마티즈의 색감을 연상케 하는 ‘책거리’는 발길을 잡아끌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밖에도 느낌이 다른 ‘책거리’ 연작, ‘호작도’ ‘삼국지도’ ‘화조도’와 설화를 그린 ‘토끼와 거북이’ 등 현재 24점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계명대학교 민화연구소장이자 특임교수인 권정순 작가는 경북도문화재위원과 한국민화학회 부회장, (사)한국민화협회 부회장 등 민화계의 굵직한 직함을 맡고 있다. 그의 작품들도 주한미국대사관, 경북도청,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하와이주지사관저, 미국제8태평양사령관저, 경복궁교태전, 뉴욕코리아쏘사이어티, 캄보디아수상관저 등에 소장돼 있다. 또 TV드라마 ‘구가의 서’와 ‘해를 품은 달’에 민화를 제작·방영됐으며, KBS ‘TV미술관’ 등 방송을 통해 작품이 소개된 바 있는 민화계의 거장이며 또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서 제자사랑에 각별한 스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드라마에서조차 작품이 손상될까봐 겁(?)을 냈던 대작들을 오로지 아끼는 제자를 위해 경주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갤러리에 제자를 위해 순순히 작품들을 내놓은 것.신원갤러리 김승유 관장에게 권정순 작가는 대학원 스승이다.김 관장은 경주출생으로 경주고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법학도였다. 우연히 민화에 이끌려 계명대학교 대학원 한국문화학과에서 민화를 전공하며 현재 석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이팝꽃 지며 흰눈처럼 날리는 오릉 가는 길, 그 길 한 편에 뽐내지 않고 수수하게 자리한 신원갤러리의 권정순 초대전. 괜찮은 전시 한편 관람으로 초하의 하루는 또 마음의 양식으로 넉넉하리라.손익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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