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에 한이 되었는데, 이제 농협에 가서 내 이름을 내 손으로 적을 수 있고, 주위의 간판들도 조금씩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나이 많큼이나 얼굴에 주름으로 가득 찬 할머니들이 삐둘 삐둘 서툴게 한글을 써내려 가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영천교육지원청(교육장 김성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을 계기로 지난 9월부터 금호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글새암` 우리말공부방을 지역 특색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시대적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사회와의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말공부방을 시작했다.느즈막에 한글공부에 재미를 붙인 할머니들은 서로 잘못된 것을 고쳐주며 손자.손녀들에게 동화책이라도 읽어 줄 수 있는 실력을 깨우치기 위해 글공부에 여염이 없다.개강초기에는 어르신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어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할머니들이 우리말배우는 재미에 빠져 더 열성적이다.수업에 참여하는 할머니 20여명은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려 강사보다 먼저 도착해 지난 시간 배운 것들을 복습하는등 할머니들의 향학의 열기는 매서운 겨울 추위도 녹일 기세다.우리말 공부방에는 가장 어린학생이 설진태(70)할머니며 가장 나이가 많은 최행화(89)할머니까지 모두가 70~80대 고령의 할머니들이 학생이다. 할머니들은 "젊을때 공부하고 싶어도 가정형편이 너무 어렵고 남아선호사상때문에 우리까지 공부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공부할수있는날이 너무좋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수강생 전순희 할머니(73)는“내 이름 석자를 내 손으로 쓸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쁘다.이제 농협도 당당하게 가고, 길거리의 간판도 조금씩 읽을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영천교육지원청에 고맙다.”고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이런 열정적인 할머니들의 모습이 여러 차례 신문과 방송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11일 영천시의회 권호락 의장이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한혜련 도의원도 어르신들을 찾아 격려했다.한혜련 도의원과 권호락 의장은“여기에 계신 어르신들이 지난날 배움을 포기한 채 열심히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좀 늦었지만 어르신들의 배움을 향한 열정을 응원하고,이런 귀한 자리를 만들어 주신 영천교육지원청 교육장님에게 감사드리며,영천시의회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글새암 우리말 공부방은 오는 5일 수료식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할머니들의 배우고 싶은 열정이 더해져 오는 23일로 연기해 수료식을 가질 예정이다.서수희 강사는 "연세들이 많으신데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너무 강해 무엇보다 결석이 없다"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덩달아 욕심도 생기고 한자라도 더 알려드리고 샆은 마음"이라고 말했다.김성호 교육장은“어르신들이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글 교육은 물론 비즈공예 등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며,내년에도 예산지원 등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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